안녕하세요. 오늘은 도시화가 진행되는 시대 속에서도 어떻게 우리가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더 나아가 벌, 나비, 새들과 함께 살아가는 ‘생물친화적인 도시’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는 주위에 생각보다 많은 자연이 숨어 있습니다. 단순히 사람을 위한 녹지 조성을 넘어,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실천이 왜 중요한지, 또 어떤 식물을 심고 어떻게 공간을 구성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도시화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
도시화는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왔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채 파괴되어가는 생태계의 균형이 존재합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는 점차 식물의 뿌리를 내릴 공간을 빼앗고,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지를 축소시킵니다. 도로 건설, 건물 개발, 인구 밀집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생물이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위협하게 됩니다. 특히 도심에서는 야생 생물의 이동 경로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작은 하천이나 숲이 있었던 곳에 도로가 생기면, 개구리나 고슴도치 같은 생물들이 기존처럼 이동하지 못하고 로드킬을 당하거나 그 지역을 떠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지역 생물다양성이 급격히 낮아지고, 특정 생물군만 남아 생태계 균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도시화의 부작용 중에서도 요즘 점점 더 주목받는 것이 바로 인공조명과 빛 공해입니다. 도시의 밤은 이제 더 이상 어둡지 않습니다. 거리의 가로등, 아파트 단지의 정원등, 건물 외벽 조명, 광고 간판 등 다양한 인공조명이 밤하늘을 밝히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안전과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야행성 생물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곤충들은 달빛이나 별빛을 기준으로 방향을 잡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도심의 강한 인공조명은 곤충들을 그 빛에 유인하여 방향을 잃게 하고, 빛 근처를 맴돌며 번식 활동이나 먹이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체력을 소모하거나 포식자에게 쉽게 노출되어 수명이 짧아지며, 개체 수가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실제로 저는 동네 뒷산에 야간 채집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산 중턱에 있는 주차장 옆 대형 보안등 근처에는 수많은 곤충들이 빛에 이끌려 날아들었고, 그 주변에는 날개가 망가진 나방, 바닥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벌레들이 가득했습니다. 반면, 조금 떨어진 어두운 숲속에서는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가 나무 수액을 먹고 있었고, 조용히 움직이는 나방과 딱정벌레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죠. 단지 빛의 유무만으로 생물의 행동과 생태적 안정성이 달라지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류, 박쥐, 개구리 등 야행성 동물들 역시 인공조명으로 인해 사냥 능력이 왜곡되거나, 수면 리듬이 무너지고, 스트레스 수준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조류는 도시 불빛을 따라 비행하다가 방향을 잃고 건물 유리에 충돌하는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렇듯 도시화로 인한 서식지 감소와 함께 빛 공해는 생물다양성 저하의 또 다른 강력한 원인이 되고 있으며, 우리가 도시에서 살아가며 만들어내는 간접적인 영향까지도 생태계 전반에 큰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곤충과 조류가 좋아하는 식물들 – 우리 주변 자연에서 얻은 생생한 사례
곤충과 조류를 끌어들이는 식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주 가는 공원, 하천, 뒷산 주변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저는 동네 뒷산에 야간 채집을 목적으로 조용히 올라갔습니다. 어릴 적 채집망을 들고 다니며 벌레를 쫓아다녔던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손전등을 켜고, 습기 찬 나뭇잎 사이를 조심스럽게 들춰보았을 때, 그곳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곤충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특히,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같은 대형 곤충들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의 그 놀라움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들은 나무 수액을 빨기 위해 몰려든 것이었고, 근처엔 각종 나방과 풍뎅이, 심지어는 작은 야행성 딱정벌레들도 다양하게 관찰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산책로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연못에서는 수서곤충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그들을 사냥하기 위해 모인 개구리들이 조용한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자연은, 비록 작은 규모일지라도 서로 얽히고설킨 생태계를 갖추고 있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생물들은 모두 식물이라는 기반 위에서 생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는 참나무나 굴참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먹이로 삼습니다. 따라서 이런 수액을 분비하는 나무가 많을수록 그 곤충들의 서식 확률도 높아집니다. 또, 개구리는 수서곤충이 풍부한 물가에서 살아가므로, 부들, 마름, 갈대, 줄처럼 습지를 조성하는 식물의 존재가 필수적입니다. 도시에서도 이와 같은 식물들을 일부러 심고 유지한다면, 자연 생태계가 복원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습니다. 조류 역시 이러한 생물의 존재에 영향을 받습니다. 수서곤충이나 개구리를 먹이로 삼는 백로, 왜가리 같은 조류는 도심에서도 물가 식생이 조성되면 서식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벌과 나비를 위한 식물’을 심는 데 그치지 않고, 연못 식생, 나무의 종류, 주변 곤충의 먹이사슬 구조까지 함께 고려한 생물친화적 식물 선택이 중요합니다. 서울의 북서울 꿈의 숲이나, 수원의 광교 호수공원, 그리고 지방의 생태공원들은 이러한 생물 다양성에 대한 접근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한 사례들입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야간에 사슴을 만났던 경험입니다. 도심 가까운 산에서 멸종위기종이 아닌 일반 사슴을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지역의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사슴은 청각이 예민하고 인간 활동에 민감한 동물이기 때문에, 인공적인 소음과 빛 공해가 많은 도시에선 점점 그 모습을 보기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그 지역의 식물 다양성, 먹이 사슬, 조용한 환경이 함께 갖추어졌기 때문에 사슴이 그곳을 보금자리로 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처럼 직접 체험한 작은 뒷산 속의 생태계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도시 안에서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식물을 심고 공간을 조성한다면, 다양한 곤충과 조류, 심지어는 야생 포유류까지도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생물친화적 도시 공간을 위한 식물 선택과 조성
그렇다면 도시에서 어떻게 생물친화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요? 첫 번째는 식물 선택의 다양성입니다. 같은 종류의 나무를 줄지어 심는 방식은 생물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초화류, 관목, 교목을 혼합하여 심고, 계절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른 식물을 배치하면 곤충과 조류가 연중 꾸준히 찾아오는 공간이 됩니다.
두 번째는 인간과 생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구조물 설계입니다. 예를 들어, 나비 정원 옆에 벤치를 두고, 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작은 쉼터를 마련하거나, 빗물을 모아 습지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러한 구성은 교육적 가치도 높아 어린이들이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환경으로도 활용됩니다.
또한, 화학비료나 살충제를 자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생물친화적인 공간을 조성한다고 해놓고, 관리 목적으로 살충제를 뿌리면 오히려 곤충들이 접근하지 않게 됩니다. 천연 비료나 유기농 자재를 활용하고, 해충도 생태계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생태적 감각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독일 베를린 시는 도시 곳곳에 ‘생태적 초지(Ecological Meadow)’를 조성하여, 도시 한가운데서도 야생화와 벌, 나비, 새들이 살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조경을 넘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생태계’로 기능하도록 설계한 좋은 예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 수원시, 세종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한 ‘생태적 정원’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학교나 공공기관에서도 나비 정원이나 곤충 호텔을 설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도시는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도시 곳곳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으며, 이들과의 공존이 결국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갑니다. 그 시작은 우리의 '식물 선택' 하나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작은 화분 하나, 베란다 정원 하나, 동네 공원에 심은 나무 한 그루가 벌과 나비, 새들을 불러들이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그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도시 전체를 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생물과 식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도시. 우리가 그린 도시의 미래가 되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