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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생각한다? 뇌 없이 학습하는 식물의 지능과 놀라운 행동들

by going32 2025. 4. 7.

플랜테리어와 베란다 가드닝, 그리고 자연과 교감하는 삶을 꿈꾸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관심 속에서 최근 식물의 ‘지능’에 대한 연구가 많은 이들의 흥미를 끌고 있는데요, 이 글에서는 ‘식물도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 과학적 근거와 실제 실험들을 통해 차근차근 풀어가 보겠습니다.

식물도 생각한다? 뇌 없이 학습하는 식물의 지능과 놀라운 행동들
식물도 생각한다? 뇌 없이 학습하는 식물의 지능과 놀라운 행동들

식물은 뇌 없이도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고 학습할 수 있을까?


식물은 동물처럼 뇌나 신경계가 없지만, 놀랍게도 환경을 ‘학습’하고 그에 따라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생물학자 모니카 갈리아노(Monica Gagliano)의 실험을 들 수 있습니다.

그녀는 ‘미모사 푸디카(Mimosa pudica)’라는 식물—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움직이는 식물’로 알려진 ‘부채마’—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식물은 외부 자극을 받으면 잎을 닫는 방어 반응을 보이는데요, 갈리아노는 식물을 일정한 높이에서 부드럽게 떨어뜨리는 실험을 반복하며, 식물이 이 자극이 ‘위협이 아니라는 것’을 학습하는지를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일정 횟수 이상 동일한 자극을 받은 미모사는 더 이상 잎을 닫지 않았고, 며칠이 지나도 이 반응은 유지되었습니다. 이는 단기 기억이 아닌 장기 기억, 즉 ‘학습’이 이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식물은 빛, 수분, 중력, 화학 물질 등 다양한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씨앗이 어두운 방향으로 뿌리를 내리고, 빛이 있는 방향으로 잎을 뻗는 것도 환경에 대한 정보 인식과 그에 따른 반응 조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정 식물은 경쟁 식물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감지하면 더 빠르게 줄기를 뻗기도 하며, 일부는 특정 방향으로만 성장을 조절해 경쟁을 피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단순한 본능이나 기계적 반응이라기보다는, 환경을 기억하고 판단해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지능적인 행동의 형태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식물의 지능적 행동: 먹이를 추적하거나 해충을 피하는 능력


식물의 지능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은 먹이나 위협 요소에 대한 인식과 반응입니다. 특히 식충식물들은 먹이를 단순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반응하며 포획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대표적인 식충식물인 파리지옥(Venus flytrap)은 곤충이 잎 위의 감각모를 일정 횟수 이상 자극할 때만 닫히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는 우연히 날아온 빗방울이나 낙엽에 반응하지 않기 위한 고도로 정교한 판단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극 횟수를 ‘기억’하고 반응을 유보하는 이 시스템은, 마치 간단한 ‘신호 처리’ 기능처럼 작동합니다.

또한 일부 식물은 해충이 잎을 갉아먹기 시작하면, 그 부위에서 특정 화학 물질을 생성하여 해충을 물리치거나, 인근 잎들에 경고 신호를 보내는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식물은 해충 공격 시, 해충의 천적을 유인하는 향을 발산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옥수수는 해충이 침입하면 그들의 포식자인 말벌을 유인하는 화학 물질을 공기 중으로 방출해 자연적으로 생태계의 균형을 유도합니다.

흥미로운 연구 중 하나는 덩굴식물이 지지대를 찾는 과정에서도 ‘결정’하는 능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덩굴은 무작정 뻗어나가지 않고, 주변 환경을 탐색하면서 가장 안정적인 지지물을 향해 성장 방향을 조절합니다. 이는 단순한 본능 이상의 판단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상황 인식과 전략적 행동의 대표적인 예로 자주 언급됩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식물이 단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자신의 생존을 위한 능동적이고도 효율적인 ‘행동 전략’을 구사하는 생명체임을 시사합니다.

 

식물의 신경망 시스템: 실험적인 증거와 연구


‘식물의 신경망 시스템’이라는 개념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최근 과학계에서는 식물 내부에서 정보가 전기적, 화학적으로 전달되는 메커니즘을 ‘식물의 신경망’에 비유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자극을 받았을 때 전기 신호를 생성하고 이를 주변 조직으로 전달합니다. 대표적으로 미모사나 파리지옥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식물에서는 이러한 전기 신호가 더 빠르고 명확하게 관찰됩니다. 이 신호는 동물의 신경계와는 다르지만, 기능적으로 유사한 정보 전달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식물 내부에는 ‘피토신스(phytosyns)’라고 불리는 식물 고유의 신호 전달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식물이 주변 상황을 분석하고 필요한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내부 정보 통신망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식물 뿌리의 성장점 부위인 '루트 캡(root cap)'은 외부 환경에 대한 민감한 감지 센서 역할을 하며, 루트 시스템 전반에 지시를 내리는 중심으로 작용합니다. 이 부분은 마치 ‘식물의 뇌’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일부 학자는 이 부위가 정보 처리의 핵심 센터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갈리아노 박사를 비롯한 식물 신경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시스템이 단순한 반응을 넘어서, 학습, 기억, 판단이라는 지능적 행동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식물이 정보를 저장하고, 비교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일련의 흐름은 ‘지능’의 정의에 부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아직 과학계 내에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주제로, 모든 식물이 지능을 가진 존재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식물을 기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능동적인 존재로 재해석하는 흐름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식물은 더 이상 단순히 감정 없는 생명체로만 보기 어려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식물을 더욱 섬세하게 관찰하고, 그 지능적인 면모를 이해할 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선이 열리게 됩니다.